"연평도는 뻔하다, 울산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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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벽 하나 더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요즘 거의 한 시간마다 뉴스를 인터넷으로 점검하는 악습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연평도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짐작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솔직히 이야기하면 제가 대북관계 뉴스부터 보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남북 두 병영국가의 자격없는 지배자들 남북한이라는 두 병영 국가의 자격없는 지배자들의 싸움에 무고하게 돌아가신 남북한 양쪽 중생에 대한 연민이 없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남쪽과 북쪽에서 양쪽의 사격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고 있지만, 일단 남북한 사이의 상황이 손바닥 보듯이 하도 뻔하기 때문에 굳이 자주 뉴스를 봐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앞으로는 남한과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북한이, 아마도 몇 가지의 도발적 제스처를 취했다가 다시 한 번 온건 모드로 돌아와서 협상 분위기를 띄울 것이며, 지금 정신없는 망언들("선제공격" 등등)을 퍼붓는 남한 정치꾼들도 이렇게 흥분을 좀 했다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전쟁에 혐오증을 갖고 있는 대다수 온건한 계층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또 화해모드로 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한반도와 그 인근의 권력자들이 이 사태에서 이미 각자 그 이득을 다 건진 것이니 더 이상의 전투행위 연속을 바라지 않는 것이겠죠. 이북 지배자들이 그 피지배계층을 전쟁 이데올로기로 하나로 묶는 한편 중국이라는 '큰형'에게 북한군 전투력 과시했으며, 이남 지배자들이 '북한 도발'을 이용해 반북주의 이데올로기에 활력을 넣었으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서의 기지 존속의 명분을 강화했으며 중국은 "북한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서의 위치를 다졌습니다. 힘없는 노동자, 징집을 당한 젊은이들이 비명에 돌아가시고, 힘있는 자들이 건질 이득을 다 건졌으니 더 이상의 상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 확전을 그렇게까지 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우려하고, 매시간 체크하는 것은 울산, 현대차 제1공장 상황입니다. 바로 거기에서, 계급전쟁의 전장에서 한국의 차후 운명이 결정되어지는 것이죠. 현대차 자본이 노리는 것 몇 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따라 인상된 임금분은, 현대차 매출에 과연 1~2% 이상을 차지하겠습니까? 정규직화된다 해도, 자본의 금전적 이익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충성도의 제고에 따라 불량품 발생률이 내려가는 등 이득을 볼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으로서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문제는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입니다. 즉, 권력의 독점이죠. 대기업 정규직 같으면 사실 통제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죠. 조합화의 정도가 높고, 노조와의 관계관리에 나름대로 공을 들여야 하기도 하는 것이죠. 가령 지금의 노조 간부들이 다수 보수적이라 그러한 문제가 생기지도 않지만, 노조가 급진화돼 간부진이 물갈이되면 그 노조가 어쩌면 독일과 같은 경영참여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또 모든 정규직들의 일제된 파업 행동으로 자본이 실제로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으니 그러한 요구를 쉽게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고요.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그 일터를 스스로 관리하고, 그 공장을 운영하는 데에 참여할 권리를 주어버리면, '황제 경영'부터 '주주 자본주의'까지, 한국형 신자유주의의 모든 관습과 시스템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도 있단 말에요. 노동자들이 창업주 가문의 '왕족'들에게 문제제기를 심각하게 할 수도 있고, 배당금보다 복지와 고용자 교육 등을 우선시하는 분배정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결국 자본이 잉여가치의 관리에 대한 지금과 같은 절대적 장악을 더이상 못할 수도 있으니 이러한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동자들을 분리통제하는 것입니다. 소모품과 같은 비정규직들의 존재를 이용하여 정규직들을 특권화시키고, 정규직들에게 자꾸 자신과 회사와의 동일시를 은근히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정당한 정규화 요구를 이토록 철저하게 분쇄하려 하는 것이죠. 그 요구가 관철되는 순간, 공들여 쌓은 자본의 절대권력의 피라미드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할 수 있단 말입니다. 자본가의 나라, 노동자의 나라 예를 들어 지금 선출되어지지 않는 권력의 핵심인 삼성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제창하시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현대차 자본이 끝내 탄압만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저들의 제품에 대해서도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은 정당한 저항권 행사가 아닐까요? 언제 잘릴지 모르고, 착취 당하고, 관리자의 폭력적 태도를 감수해야 하는 현대판 '노예'들이 만드는 제품을 사줌으로써 노예주들을 살찌울 필요가 있는가요? 딴 건 몰라도, 제가 현대차 상태에 대해서 노르웨이 언론에 자료를 돌리고,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로 현대차의 불매를 노르웨이사람들에게 호소하겠습니다.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저들의 해외 제품 판매의 판촉을 자꾸 무슨 '애국'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저는 반대로 착취의 산물에 대한 불매운동이야말로 피착취자, 즉 한국적 자본주의의 희생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자본가들의 나라가 따로 있고, 노동자들의 나라가 따로 있는 법이죠. 그리고 전자에 대한 반대, 투쟁이야말로 후자에 대한 진짜 애국입니다. 유화정책을 쓰던 전 정권 때에 남북간에 무슨 충돌이라도 한 번이라도 일어났나요? 대북관계 관리에 완전히 실패한 남한의 현 정권도, 사격을 감행한 북한 집권층과 더불어 이번 인명 피해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북 피해도 슬퍼할 줄 알아야 그런데도, 남한의 - 충분히 예상되었던 - 정책 실패보다 "눈에 보이는" 북한의 물리적 행동부터 세인의 분노를 사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데에 대한 사격은 당연히 분노를 살 만한,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분노만 가지고 장기적 평화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남한의 대응 사격이 분명히 가했을 듯한 이북 측의 피해에 대해서도, 같은 중생이라는 입장에서 같이 슬퍼해야 하지 않는가요? 확언컨대 이북을 우리와 위치가 같은,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여 그 독특한 역사와 문화에 겸허하게 다가가고 진심으로 장기적 공존과 협력을 도모하지 않는 이상, 차후에 무고한 중생들이 비명에 돌아가는 일을 절대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죠. 아무리 - 한심하게도 - 세상이 분노로 기울어져간다 해도 소리 높여 이북의 중생에 대한 동등한, 이성적 접근을 외쳐야 하는 게 글 배운 이의 의무가 아닌가 싶어요. 마찬가지로, 울산의 사태에 대해서도 지금 거대 언론들이 '회사의 손실'만 들먹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태까지 착취와 폭력을 당하면서 입은 손실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담론의 계급적 본질, 그리고 노동자 투쟁의 진실을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알리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의 계몽이고, 글을 배운 사람으로서는 도덕적 책무가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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