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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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현대건설 인수전 혼란 왜? 7문 7답

현대건설 매각작업은 이번주 중 최종 결론이 나온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고 향후 처리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원점에서 재매각하는 방안보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경우 특혜 의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 달 동안 진행돼온 현대건설 매각과정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1)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인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현대건설은 ‘현대가’의 본산 격이다. 현대건설의 기업 가치보다는 외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적통성을 누가 이을지의 문제가 걸려 있는 셈이다. 현대그룹이 정 전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을 내세워 광고전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KCC를 비롯한 범현대가의 지원을 업고 인수전에 배수의 진을 쳤다.
 
현대그룹은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현대건설 인수가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8.3%나 갖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여서 현대건설의 향방에 따라 경영권이 통째로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다.

(2) 현대건설은 5조5000억원의 가치가 있나.

현대그룹은 인수가격으로 5조5100억원, 현대차는 5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3조5000억~4조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현대차 컨설팅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4조3000억원을 적정 인수금액으로 산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인수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것은 가격 외에 인수대상자를 선정할 변별력 있는 평가 기준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이번 매각작업에서 비가격 요소를 감안한다고 공언했지만 승패는 결국 가격에서 갈렸다. 투전판식 인수·합병(M&A)전이 인수기업은 물론 피인수기업의 동반부실을 가져오는 ‘승자의 저주’라는 비난은 더욱 커졌다.

(3)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무산된 이유는 뭔가.

외견상 무산 배경은 현대그룹의 소명 부족이다.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니스은행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힌 1조2000억원의 실체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생각이 달랐다. 채권단은 “그 정도의 돈을 조달하려면 나름대로 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채권단이 대출계약서를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세계 M&A 시장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거부했다.

또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해묵은 감정도 무시 못할 변수다. 현대그룹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둘러싸고 이미 1차전을 벌였다. 채권단은 신규 자금지원 중단을 통해 현대그룹을 압박했지만 법원의 소송을 통해 빠져나갔다. 현대그룹의 재무구조를 둘러싼 채권단의 불신과 의구심이 밑자락에 깔려 있는 셈이다.

(4)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내지 못한 속사정은.

현대그룹은 거부 이유를 “채권단의 요구가 과하다”는 것과 “나티니스은행과 맺은 비공개 조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돈이 은행계좌에 들어 있고 현대그룹은 물론 제3의 담보·지급보증이 없다는 사실을 대출확인서로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본금이 33억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거액의 돈을 이면계약 없이 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 현대그룹이 8월 독일 M+W그룹의 모기업인 스툼프그룹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넘기는 조건으로 1조원의 투자를 받는 계약을 체결한 게 드러나면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한화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할 당시 재무적투자자들의 무리한 요구조건 때문에 몸살을 앓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 현대그룹의 거부 배경엔 채권단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출계약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판을 깨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계약서를 내면 또 다른 것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계약서를 제출한 것과 관계없이 이번 사안은 어차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5) ‘보이지 않는 손’ 개입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은 이번 매각협상 과정에 “현대건설 매각은 전적으로 채권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공식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1조2000억원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시발점이다. 이 돈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채권단에 주문한 게 금융당국이라는 게 정설로 돼 있다. 정부는 대우건설 매각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 주변에서는 대우건설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한다”면서 “대우건설 매각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컸던 만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현대그룹과의 협상 과정을 주도하면서 전면에 나선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금융위 주변에서는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강수를 둘 때마다 “사안이 정리돼 가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 “현대그룹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훈수를 뒀다.

정부의 이 같은 배경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느냐”는 여론의 압박도 작용했다.

(6) 현대그룹 MOU 유지 가처분 소송 전망과 파장은.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면 현대그룹이 법원에 낸 MOU 해지금지 가처분 결과가 남아 있다.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MOU 해지 이전 단계로 복귀하는 게 수순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법원의 결정에 관계없이 현대그룹과의 계약 파기를 추진하고 있어 가처분 소송 결과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의 본계약 체결 여부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MOU 가처분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채권단이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채권단이 정밀실사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본계약 안건을 상정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어떤 형태로든 판을 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현대차와의 협상을 선언할 경우 ‘입찰 효력 가처분’이나 각종 민·형사 소송을 줄줄이 낼 것으로 보인다.

(7) 현대차가 가져가나.

절차상으로 보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가 채권단과 다시 협상하는 게 순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매각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도 현대차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구도다. 또 이번 협상을 통해 외부 차입금의 경우 엄격한 채권단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현금을 가진 기업이 나설지도 의문이다. 채권단의 지분구조를 봐도 현대차가 유리한 국면이다. 채권단의 최대주주인 외환은행 몫도 25%에 불과하다. 외환은행이 거부해도 나머지 2곳만 동의하면 현대차를 협상대상자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현대그룹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특혜 의혹은 가장 큰 부담이다. 현대그룹과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모든 수순이 현대차에 몰아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현대그룹과는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돌려주는 선에서 협상을 할 수 있지만 여론의 비난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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