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건설노조 수사...고통받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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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12명의 경기도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출근 시간보다 이른 아침, 경찰은 경기도 전역에서 건설노조 간부들을 긴급 체포했다. 혐의는 지난 2003년 이래 계속되어온 노조 전임비 지급을 두고 “공갈 협박에 의한 금품 갈취”라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평균 50에서 7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아가며, 그나마 실제 활동비가 그것을 윗돌아 오히려 집에서 가져다 쓰는 지경인 이 헌신적인 노동운동가들에게 “금품 갈취”의 죄목이 적용된다는 것도 놀랍지만, 푼돈 갈취하고자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고 맞벌이 부부 생활에 정신없는 일상으로 쉴 틈 없는 생활을 해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나 있다 해도 “불가사의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8월 21일 세 명의 경기도건설산업노조의 간부가 구속이 된 이래 이들 가정에 내려진 파괴의 힘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함께 살아온 이들 가족에게 상당히 힘든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박영미 씨, 불법적인 가택수사에 “아이들 정신적인 충격 너무 컸다”
△ 박영미씨의 가족사진. 누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려하나 ⓒ민중의소리
경기도 이천에 사는 경기도건설산업노조 오재석씨의 부인 박영미 씨는 지난 8월 21일과 22일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왜냐하면 어린 준택이(남,7)와 민정이(여,3)의 행동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7시경 “주차된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는 전화가 걸려와 박영미씨는 집 앞으로 나가보았다. 그러나 차량은 멀쩡했고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바깥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어디 가셨냐?” 고 물었다. 박영미씨는 “일찍 출근했다”고 답했지만 사실 남편은 한달 가까이 거의 집에 들어오는 날이 없었고 그 날도 남편은 없었다.
박영미씨는 “별거 없으니 그냥 가시라”고 말하고 돌아섰지만, 남자는 그제서야 본색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왔다면서 경찰 뺏지를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집안에 남편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고 그랬어요. 거실에는 아이들이 자고 있어서 망설여졌지만 남편도 집에 없고 금방 갈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오도록 했죠. 그런데 이 사람들 이것저것 열어보고 장롱까지 뒤지는 거에요”
경찰이라고 밝힌 두 사람이 들어와 집안을 뒤지더니, 박영미씨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어디 있느냐? 언제 오느냐? 어디로 출근하느냐? 등을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고 저는 나가달라고 요구했지만 나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화를 냈어요”
경찰은 30분정도 집안을 들쑤시고 나서야 돌아갔다.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던 박영미 씨는 큰아들 준택이가 경찰이 아빠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지만 22일, 30분 더 이른 새벽 6시 30분경. 박영미씨의 집을 찾은 또 다른 경찰관에 의해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둘째날 집을 수색하는 경찰은 소속이나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박영미씨는 우는 민정이를 한 팔에 안고 나가달라고 소리쳤지만 경찰은 “아이들이 중요하냐. 당신 남편이 걸린 문제다”며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박영미씨는 경찰을 빨리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 올 것을 허락했다.
경찰은 전날과 다름없이 방 한 칸에 거실하나가 고작인 아파트를 이것저것 들춰보면서 있지도 않은 남편을 찾는다며 박영미씨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겁에 질린 아이들이 울고 있는데도 경찰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박영미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경찰의 질문에 버럭 화를 내며 강하게 항의하자 그때서야 아무 말 없이 나갔다.
그 날 이후,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준택이는 1년 전에 어렵사리 고쳤던 고추를 만지작 거리는 습관이 재발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빠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아빠를 찾던 준택이가 경찰차를 보여주고, 경찰놀이를 하면서 유독 아빠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다. 20일 동안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은 단 두 마디가 전부였다.
“아빠 평택 갔어 ?” “아빠랑 바다가고 싶다”
△박영미씨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 뿐인데도 민정이는 불안해 하면서 큰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민중의소리
민정이는 더욱 심각했다. 민정이는 엄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 대한 기피증을 보였다. 첫날은 아예 화장실도 갈 수 없을 정도로 엄마 곁에만 매달렸다. 우는 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운다기 보다는 무엇인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낯선 사람이 오면 피하다가도, 그 사람이 돌아갈 것 같으면 울어대기 시작했다.
날 때부터 심약했던 민정이를 위해 하던 일마저 그만두었던 박영미씨는 이 일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준택이는 엄마 말이라면 꼭 들었는데 잘 듣지 않았고 민정이는 애들 앞에서 뽐내기 좋아했는데 이제는 툭하면 때려서 또래 아이들과 섞이지 못한다.
박영미씨는 그 날 이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비도 들어오지 않아 생계문제도 막막하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문득 서러움에 눈물이 막 흐른다.
“남편 혐의가 금품갈취라는데, 그 갈취한 금품으로 넉넉하게 살아봤으면 좋겠군요. 정말 어이가 없어요. 경찰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옳다는 믿음 하나로 꿋꿋이 살아온 남편이에요. 8년 동안 오순도순 바쁜 일상에도 행복한 우리 가족이었는데 애들에게 상처를 주다니 정말 너무 화가 나요”
단란한 박영미씨의 가정이 경찰의 불법적인 가택수사로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고통 받는 가족들
경기도건설산업노조 간부를 역임했던 이영록씨는 체포 당시 집에 혼자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영록 씨의 증거물이라며 부인 천은진씨의 물품을 마구 가져갔다. 책과 은진씨의 일기장 등을 가져간 뒤, 부산에 살고 있는 이영록씨의 부친을 검찰로 불러들여 물건을 돌려주었다.
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법률적 문제에 대한 조합원 상담을 해주었던 이영록씨는 검찰이 주장하는 금품갈취와 공갈협박 혐의가 전혀 적용되지 않지만,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해 구속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는 검찰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부인의 사생활이 담긴 물건까지 가져가 제 3자의 사생활이 노출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 가족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화씨가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체포된 김종덕씨의 경우에는 생활비가 없어서 노조활동을 중단하고 현장에서 일반 조합원과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김종덕씨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인 아이들이 있어 부인 김미란 씨는 저녁에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종덕씨는 예전에 노조 간부로서 활동한 것을 “금품갈취와 공갈협박”이라고 혐의를 씌워 긴급 체포해 구속 수사 중이다. 결국 이 일로 인해 김미란씨는 저녁시간 뿐만이 아니라 낮에도 일을 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수배 중인 함경식씨의 경우에는 부인 김정희씨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다. 3살과 1살짜리 자녀를 둔 김정희씨는 “남편이 수배 중이어서 생활비를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50-60만원의 생활비를 가져다주는 것이 전부였던 건설노조 간부들의 생활은 말 그대로 헌신과 인내의 삶이자 자긍의 삶이었다.
가족대책위를 대표를 맡은 이영화씨는 남편 조준행씨가 체포되었지만,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혐의 내용이라고 한다.
“남편은 대의를 소중히 하고 참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에요. 건설노조 간부들이 대부분 적은 임금을 받아요. 금품갈취는 말이 안돼요. 검찰이 건설회사 간부들에게 자금추적을 하겠다는 협박을 하면서까지 건설노조 간부들을 돈이다 뜯어내는 깡패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참을 수가 없어요.”
29일, 수원 북문 화성주막에서 일일 주점을 한답니다
△8월 31일부터 건설노조 간부 3인이 고공농성중인 올림픽대교의 주탑 전경 ⓒ민중의소리
구속자 가족과 수배자 가족, 그리고 고공농성자 가족들에게 드러나는 공통적인 문제는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는 심리적 충격이다. 가족들은 대부분 “금품갈취와 공갈협박”이라는 검찰의 혐의 내용에 대해 인정할 수가 없다. 그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헌신적으로 살아왔던 남편이기에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둘째는 체포과정에서의 인권 침해이다. 장석철 수석부위원장의 경우 부인 신미숙 씨가 한때 건설노조 활동을 잠깐 했었다는 점에 주목해 부부에게 체포영장을 동시에 발부했었다고 가족대책위가 밝혔다. 21일 체포 당일에 하마터면 부부가 나란히 구속돼 아이들만 남겨질 뻔 했다.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검찰의 체포 과정은 가족들에게 “체포의 기억”들로 선명하게 남겨지면서 점차 고통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선 사례였던 박영미 씨의 경우처럼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는 생계의 어려움이다. 대부분 집안의 가장일 수밖에 없는 건설노조간부들의 수배와 구속은 가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넷째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들이 남편의 부당한 구속에 항의하거나 수사중지를 요구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이다. 문제해결을 염원하는 가족들의 노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상심과 피로가 심각하다.
가족대책위는 29일 3시경 무리한 구속수사를 중단하고 추석이 되기 전에 남편들이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날 4시부터는 수원 북문 화성주막(구.시루봉)에서 구속, 수배 문제해결을 위한 일일 주점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족대책위의 이영화 대표는 “가족들이 거의 주방 일을 할 수 밖에 없어 힘들겠지만 많이 와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모아진 수익금은 가족 생계비와 구속 수배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균 50에서 7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아가며, 그나마 실제 활동비가 그것을 윗돌아 오히려 집에서 가져다 쓰는 지경인 이 헌신적인 노동운동가들에게 “금품 갈취”의 죄목이 적용된다는 것도 놀랍지만, 푼돈 갈취하고자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고 맞벌이 부부 생활에 정신없는 일상으로 쉴 틈 없는 생활을 해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나 있다 해도 “불가사의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8월 21일 세 명의 경기도건설산업노조의 간부가 구속이 된 이래 이들 가정에 내려진 파괴의 힘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함께 살아온 이들 가족에게 상당히 힘든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박영미 씨, 불법적인 가택수사에 “아이들 정신적인 충격 너무 컸다”
△ 박영미씨의 가족사진. 누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려하나 ⓒ민중의소리
경기도 이천에 사는 경기도건설산업노조 오재석씨의 부인 박영미 씨는 지난 8월 21일과 22일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왜냐하면 어린 준택이(남,7)와 민정이(여,3)의 행동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7시경 “주차된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는 전화가 걸려와 박영미씨는 집 앞으로 나가보았다. 그러나 차량은 멀쩡했고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바깥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어디 가셨냐?” 고 물었다. 박영미씨는 “일찍 출근했다”고 답했지만 사실 남편은 한달 가까이 거의 집에 들어오는 날이 없었고 그 날도 남편은 없었다.
박영미씨는 “별거 없으니 그냥 가시라”고 말하고 돌아섰지만, 남자는 그제서야 본색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왔다면서 경찰 뺏지를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집안에 남편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고 그랬어요. 거실에는 아이들이 자고 있어서 망설여졌지만 남편도 집에 없고 금방 갈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오도록 했죠. 그런데 이 사람들 이것저것 열어보고 장롱까지 뒤지는 거에요”
경찰이라고 밝힌 두 사람이 들어와 집안을 뒤지더니, 박영미씨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어디 있느냐? 언제 오느냐? 어디로 출근하느냐? 등을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고 저는 나가달라고 요구했지만 나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화를 냈어요”
경찰은 30분정도 집안을 들쑤시고 나서야 돌아갔다.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던 박영미 씨는 큰아들 준택이가 경찰이 아빠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지만 22일, 30분 더 이른 새벽 6시 30분경. 박영미씨의 집을 찾은 또 다른 경찰관에 의해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둘째날 집을 수색하는 경찰은 소속이나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박영미씨는 우는 민정이를 한 팔에 안고 나가달라고 소리쳤지만 경찰은 “아이들이 중요하냐. 당신 남편이 걸린 문제다”며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박영미씨는 경찰을 빨리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 올 것을 허락했다.
경찰은 전날과 다름없이 방 한 칸에 거실하나가 고작인 아파트를 이것저것 들춰보면서 있지도 않은 남편을 찾는다며 박영미씨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겁에 질린 아이들이 울고 있는데도 경찰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박영미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경찰의 질문에 버럭 화를 내며 강하게 항의하자 그때서야 아무 말 없이 나갔다.
그 날 이후,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준택이는 1년 전에 어렵사리 고쳤던 고추를 만지작 거리는 습관이 재발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빠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아빠를 찾던 준택이가 경찰차를 보여주고, 경찰놀이를 하면서 유독 아빠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다. 20일 동안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은 단 두 마디가 전부였다.
“아빠 평택 갔어 ?” “아빠랑 바다가고 싶다”
△박영미씨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 뿐인데도 민정이는 불안해 하면서 큰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민중의소리
민정이는 더욱 심각했다. 민정이는 엄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 대한 기피증을 보였다. 첫날은 아예 화장실도 갈 수 없을 정도로 엄마 곁에만 매달렸다. 우는 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운다기 보다는 무엇인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낯선 사람이 오면 피하다가도, 그 사람이 돌아갈 것 같으면 울어대기 시작했다.
날 때부터 심약했던 민정이를 위해 하던 일마저 그만두었던 박영미씨는 이 일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준택이는 엄마 말이라면 꼭 들었는데 잘 듣지 않았고 민정이는 애들 앞에서 뽐내기 좋아했는데 이제는 툭하면 때려서 또래 아이들과 섞이지 못한다.
박영미씨는 그 날 이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비도 들어오지 않아 생계문제도 막막하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문득 서러움에 눈물이 막 흐른다.
“남편 혐의가 금품갈취라는데, 그 갈취한 금품으로 넉넉하게 살아봤으면 좋겠군요. 정말 어이가 없어요. 경찰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옳다는 믿음 하나로 꿋꿋이 살아온 남편이에요. 8년 동안 오순도순 바쁜 일상에도 행복한 우리 가족이었는데 애들에게 상처를 주다니 정말 너무 화가 나요”
단란한 박영미씨의 가정이 경찰의 불법적인 가택수사로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고통 받는 가족들
경기도건설산업노조 간부를 역임했던 이영록씨는 체포 당시 집에 혼자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영록 씨의 증거물이라며 부인 천은진씨의 물품을 마구 가져갔다. 책과 은진씨의 일기장 등을 가져간 뒤, 부산에 살고 있는 이영록씨의 부친을 검찰로 불러들여 물건을 돌려주었다.
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법률적 문제에 대한 조합원 상담을 해주었던 이영록씨는 검찰이 주장하는 금품갈취와 공갈협박 혐의가 전혀 적용되지 않지만,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해 구속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는 검찰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부인의 사생활이 담긴 물건까지 가져가 제 3자의 사생활이 노출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 가족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화씨가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체포된 김종덕씨의 경우에는 생활비가 없어서 노조활동을 중단하고 현장에서 일반 조합원과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김종덕씨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인 아이들이 있어 부인 김미란 씨는 저녁에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종덕씨는 예전에 노조 간부로서 활동한 것을 “금품갈취와 공갈협박”이라고 혐의를 씌워 긴급 체포해 구속 수사 중이다. 결국 이 일로 인해 김미란씨는 저녁시간 뿐만이 아니라 낮에도 일을 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수배 중인 함경식씨의 경우에는 부인 김정희씨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다. 3살과 1살짜리 자녀를 둔 김정희씨는 “남편이 수배 중이어서 생활비를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50-60만원의 생활비를 가져다주는 것이 전부였던 건설노조 간부들의 생활은 말 그대로 헌신과 인내의 삶이자 자긍의 삶이었다.
가족대책위를 대표를 맡은 이영화씨는 남편 조준행씨가 체포되었지만,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혐의 내용이라고 한다.
“남편은 대의를 소중히 하고 참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에요. 건설노조 간부들이 대부분 적은 임금을 받아요. 금품갈취는 말이 안돼요. 검찰이 건설회사 간부들에게 자금추적을 하겠다는 협박을 하면서까지 건설노조 간부들을 돈이다 뜯어내는 깡패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참을 수가 없어요.”
29일, 수원 북문 화성주막에서 일일 주점을 한답니다
△8월 31일부터 건설노조 간부 3인이 고공농성중인 올림픽대교의 주탑 전경 ⓒ민중의소리
구속자 가족과 수배자 가족, 그리고 고공농성자 가족들에게 드러나는 공통적인 문제는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는 심리적 충격이다. 가족들은 대부분 “금품갈취와 공갈협박”이라는 검찰의 혐의 내용에 대해 인정할 수가 없다. 그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헌신적으로 살아왔던 남편이기에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둘째는 체포과정에서의 인권 침해이다. 장석철 수석부위원장의 경우 부인 신미숙 씨가 한때 건설노조 활동을 잠깐 했었다는 점에 주목해 부부에게 체포영장을 동시에 발부했었다고 가족대책위가 밝혔다. 21일 체포 당일에 하마터면 부부가 나란히 구속돼 아이들만 남겨질 뻔 했다.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검찰의 체포 과정은 가족들에게 “체포의 기억”들로 선명하게 남겨지면서 점차 고통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선 사례였던 박영미 씨의 경우처럼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는 생계의 어려움이다. 대부분 집안의 가장일 수밖에 없는 건설노조간부들의 수배와 구속은 가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넷째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들이 남편의 부당한 구속에 항의하거나 수사중지를 요구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이다. 문제해결을 염원하는 가족들의 노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상심과 피로가 심각하다.
가족대책위는 29일 3시경 무리한 구속수사를 중단하고 추석이 되기 전에 남편들이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날 4시부터는 수원 북문 화성주막(구.시루봉)에서 구속, 수배 문제해결을 위한 일일 주점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족대책위의 이영화 대표는 “가족들이 거의 주방 일을 할 수 밖에 없어 힘들겠지만 많이 와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모아진 수익금은 가족 생계비와 구속 수배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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