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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행사를 평택 대추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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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호철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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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행사를 평택 대추리에서"
손호철교수 "5.4 평택은 노무현식 파시즘의 개막"

5.18 광주민주화항쟁 기념행사를 평택 대추리에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8일 <참세상>에 기고한 '모이자, 5.18을 대추리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화려한 외출’이라는 작전명 아래 행해진 광주의 비극을 연상케 하는 특공연대를 동원한 무자비한 ‘여명의 황새울’ 작전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80년 광주와 2006년 평택을 비교했다.
 
  손 교수는 "‘여명의 황새울’ 작전의 여명은 노무현식 파시즘의 개막을 알리는 여명임에 분명하다"고 비꼰 뒤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척하다가 기습적으로 강제진압작전을 편 것에 대해 “5.18도 다가와 속전속결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는 데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80년 광주를 진압하던 정부와 2006년 평택에서 보여준 정부의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이어 손 교수는 "80년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민중, 시민들과 단체들은 열흘 뒤로 다가온 올해 5.18행사를 광주가 아니라 ‘21세기의 광주’, ‘노무현정부의 광주’가 되어 버린 대추리에서 열어야 한다"며 "이제 5.18을 박제된 기념식이 아니라 투쟁의 현장의 살아있는 현재적 투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손호철 교수의 글 전문이다.
 
모이자, 5.18을 대추리에서

  다시 5월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5월은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80년 5월 광주를 보면서, 특히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과 노태우가 역사적 심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우리 역사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군이 국민들을 적으로 삼아 국민들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리는 비극적인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4일 새벽 ‘2000년대의 빼앗긴 들’이 되어버린 평택시 대추리 황새울 벌판에 2800명의 군을 포함한 1만4천 명의 군경이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과 이들을 도우려는 사회운동가들을 상대로 80년 5월의 비극을 반복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던 노사모나 자유주의자들과 달리 진보세력은 애당초 노대통령에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진보와는 거리가 멀지만 자유주의 정치인으로서 노무현이 그래도 자유주의적인 개혁은 나름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생각도 잠시, 이에 대한 소박한 기대마져도 접은 지 이미 오래이다.
 
  노대통령이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위해 부안을 제 2의 광주로 만드는 것, 자신과 한나라당이 사실 별로 차이가 없다는 국가비밀(?)까지 누설하며 한나라당과 연정을 제의하는 것, 부시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을 수용해 새 미군기지터인 평택을 대북한 전략기지를 넘어서 사실상 21세기 세계패권을 둘러싼 대중국 전쟁의 최전선으로 만드는 것,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줬는가를 뻔히 보고도 신들린 사람처럼 확신에 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것을 이미 보아온지라, 더 이상 실망할 것도, 놀랄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역시 세상을 놀라게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화려한 외출’이라는 작전명 아래 행해진 광주의 비극을 연상케 하는 특공연대를 동원한 무자비한 ‘여명의 황새울’ 작전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군인들이 맨손의 시위대를 곤봉과 방패로 구타하고 포승줄로 묶어 끌고 갔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게 과연 “5.18 광주의 위대한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이라던 참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분노에 온 몸을 떨어야 했다.
 
  아니 분노는 잘못된 것이다. 노대통령이 거짓말은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해를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5.4 대추리의 비극을 볼 때, 2003년 5.18기념사에서 노대통령이 언급한 “5.18광주의 위대한 정신”이 광주시민들의 정신이 아니라 국익을 지킨다는 이름아래 시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던 진압군의 애국심과 위대한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리고 ‘여명의 황새울’ 작전의 여명은 노무현식 파시즘의 개막을 알리는 여명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척하다가 기습적으로 강제진압작전을 편 것에 대해 “5.18도 다가와 속전속결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는 데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된다. 5.18 때문에 5.18식 강제진압을 한다? 무척이나 황당한 노무현식 정책결정 논리이다.
 
  ‘5.4 대추리항쟁’이 5.18 광주민중항쟁을 닮은 것은 단순히 군의 투입과 잔인한 진압작전만이 아니다. 80년 광주가 더욱 비극적이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을 정부와 조중동 같은 수구언론들이 북한의 간첩과 불순세력의 사주에 의한 폭도들의 내란으로 몰고 가 피해자들에게 색깔론을 덧씌운 것이다.
 
  ‘5.4 대추리 항쟁’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조중동은 마지막까지 남아 저항하다 연행되어 구속된 사람중 현지 주민은 한 명도 없고 모두 외부불순세력이라는 등의 발표를 통해 대추리의 저항을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투쟁과 거리가 먼 불순외부세력의 사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80년 광주와 달리 북한간첩과 독침이 증거품으로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더한 것도 있다.
 
  저항에 앞장서고 있는 주민들의 보상액이 20억 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일면 톱으로 게재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들을 서민들로는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보상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수를 쓰고 있는 탐욕의 화신으로 그려 도덕적으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80년의 색깔론에 탐욕론까지 가세한 셈이다.
 
  5.18 광주민중항쟁은 ‘호남정권’인 김대중정부의 출범과 보상작업 등을 거치면서 이제 박제화되고 제도화된 측면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해, 광주와 5.18단체들이 당초 내걸었던 5원칙 중 명예회복과 보상을 대가로 정신계승을 등한시한 측면이 많다. 그리고 5.18의 정신은 단순히 광주나 5월 관련단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운동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80년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민중, 시민들과 단체들은 열흘뒤로 다가온 올해 5.18행사를 광주가 아니라 ‘21세기의 광주’, ‘노무현정부의 광주’가 되어 버린 대추리에서 열어야 한다. 윤상원의 혼은 광주가 아니라 대추리의 들판을 와 있다. 이제 5.18을 박제된 기념식이 아니라 투쟁의 현장의 살아있는 현재적 투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5월 광주는 비극적인 패배로 끝났지만 그 패배를 통해 결국 불사조처럼 살아나 한국의 민주주의와 진보운동의 부활을 가져다줬다. ‘5.4 대추리항쟁’도 비극적 패배로 끝났지만 결국 승리로 부활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들 모이자, 5월 18일, 대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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