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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연하녀..사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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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욱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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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울던 하늘이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보다..

덩달아 나도 매장의 앞유리를 흥에 돋아 광을 내본다.
 

왠 이쁘장한 여인이 화장실을 묻는다..

예쁜여인을 보면 머리보다 입이 먼저 반응을 해버려서 그깟 네비 없이도

어디든 찾아갈수 있게 친절을 양념삼아 자알도 가르쳐준다..

청소를 마치고 매장에 들어와 나에겐 어울리지도 않는 커피를 타고 있는데..

매장문을 쓰~~윽 밀며 조금전 그녀가 들어온다.

짧은 머리를 곱게도 귀뒤로 빗어넘겼고 연분홍색 꽃무늬 남방은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이 웃고있는듯 착각하게 한다.

발목까지 이어지는 팥색치마 밑으로 부끄러운듯 빼꼼이 나온 버선이 눈과 마주쳤다..

 

카푸치노도 아닌것이 거품을 내며 종이컵 안을 빙글빙글 자알도 돈다..

봉지커피 주제에....

 

"도와 드릴까요?"

들어오는 손님에게 건네는 의례적인 인삿말..

"......여기가 어디에요?.."

' 네?..네..여기는 대한민...아니 '

서른 다섯 평생 길을 묻는 질문은 받아봤어도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은..

"혹시 길을 잃어버리셨어요?"

"아니..길은 아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몰라서.."

"이쪽으로 잠시 앉으세요.."

차분히 앉아 두손을 무릎에 곱게 쌓아 올리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휴대폰 있으세요?

휴대폰은 커녕 손가방 조차 없는 그녀..그러더니 대뜸 묻는다..

"몇살이세요?"

"아...저 서른 다섯살이요.."

"저는 스믈네살 이에요.."


순간 멍해지고 먹먹해지는 가슴을 커피 한모금으로 달래고 심호흡을 해본다..

 

매스컴에서만 들어왔던 치매...그 치매노인을 대면하고 있는 나..

 

의자를 끌어와 그녀옆에 앉아 집 위치를 물었다..

 

내 질문에 아랑곳 않고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

 

동네에 있는 살구나무 이야기..욕쟁이 할아버지 이야기..개울가 이야기..

어찌나 재미나게 말씀하시는지 마치 그 상황에 눈앞에 그려지는 것 마냥....

무표정 이었다가도 옛날 이야기를 하시면 티없는 소녀마냥 예쁘게도 웃으신다.


30여분이 지나 딸인듯한 분이 매장을 기웃거리시더니 이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차에 앉혀두고 마트 장보러 갔다가 돌아와보니 안계셔서 한참 찾으셨다고..

죄송하다 인사를 하는 딸..

엄마가 치매가 있으셔서...라고 말을 흐리며 엄마 손을 잡는다..

치매노인을 보살피는 대견함.. 오히려 내가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딸의 손을 잡고 발길을 돌리는 소녀는 해준것도 없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얼떨결에 맞절을 하고 고개를 드니 저만치 가는 그녀가 보인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조금전의 미소짓던 얼굴과 교차되어 오히려 더 사랑스럽다..

손잡고 걸어가는 모녀의 뒷모습..형언할수 없는 아름다움..


귀뒤로 넘어간 하이얀 머리카락이 참 곱다..

 

스물네살의 기억속에 살고 있는 소녀는 너무나 어른이 되어버린 몸을 이끌고

가늠할수 없는 기억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잘가요 이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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