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사태 바로보기3(김어준중재, 유시민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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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중재 노력도 유시민 거부...구속된 참여계 인사들이 진상조사 왜곡”
[인터뷰]‘가해자의 뺑소니’ 밝혀낸 김인성 교수, “진상조사 했으면, 민주당처럼 쉽게 수습됐을 것”
문형구, 강보현 기자
입력 2012-11-11 19:15:17 l 수정 2012-11-12 00: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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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로그’를 남긴다. 이 ‘로그’ 기록만 있다면 범죄행위의 전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는 말한다. 로그란, 컴퓨터 장비의 시스템 운영 및 사용자 활동이 기록되는 자료를 말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자동차나 비행기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는 ‘블랙박스’와 같고, 범죄 행위가 그대로 찍혀 나오는 ‘붕어빵’에 다름아니다. 최근 구속수감된 참여당계의 오옥만, 고영삼 씨의 선거범죄를, 이미 수개월전부터 말해왔던 김인성 교수를 10일 그의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내 정상의 ‘디지털 포렌식(첨단범죄 수사기법)’ 전문가인 김인성 교수에 따르면, 예컨대 온라인 투표자가 최종 투표 페이지를 못찾아 몇 분간 애를 먹었는지, 아니면 최단 시간에 능숙하게 투표를 끝냈는지까지 로그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그는 통합진보당 2차 진상조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경선 과정을 ‘수사’했고 밤샘조사 5일째에 “경악할 만한” 범죄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진상조사위원회를 주도했던 참여당계를 비롯한 탈당파(현재의 ‘진보정의당’) 인사들은, 그에게 요청했던 기술분석보고서를 ‘표결’에 부쳐 폐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상조사위원회 온라인분과 업무를 ‘통제’했던 조사위원(간사 이 모씨)은 김 교수가 찾아낸 ‘범죄’에 공모했던 인물이다. 그는 참여당계의 대리투표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한편 11월 8일엔 1차 진상조사위원회(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당권파에 대한 의혹제기에 앞장 섰던 고영삼 조사위원이, 자신이 선거부정의 총책임자 역할을 해줬던 오옥만 후보와 함께 구속됐다. 1차 진상조사위가 왜 진상조사가 아닌 ‘은폐’와 ‘뺑소니’에 급급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승빈 기자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
김인성 교수에 따르면, 탈당파가 주도했던 ‘2차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진상조사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오히려 진상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온라인 분과’의 경우 다수의 진상조사위원들의 이름이 언론에 발표됐지만, 실제 진상조사 업무를 시행한 것은 김 교수 뿐이었다.
김 교수는 “(포렌식)작업 과정에서 ‘조사’를 안하길 바라는 움직임이 많았다”며 “ ‘오옥만 후보와 고영삼 씨가 불법 콜센터를 만들고 이런 일을 했다’고 브리핑을 했더니 간사가 당황한 나머지 ‘그건 별 거 아니다, 이석기 쪽이 훨씬 문제다’란 얘기를 노골적으로 하더라”고 전했다. 즉, 부정선거에 관여했던 진상조사위원이 은연중에 범죄사실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가장 논쟁적인 표현이 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뺑소니 사고”란 말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수사’ 직후 김 교수가 내린 진단이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는 온라인 선거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였다. 당권파들에 의한 조직적 부정, 소스 수정을 통한 조작은 없었음이 로그에 의해 밝혀졌다. 참여계 사람들이 숨어서 저지른 불법 행위 뿐이었다. 한마디로 지금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불신의 근거는, 모두 부정 행위자가 만들어낸 거짓말일 뿐이다.”
김인성 교수는 지난 8월, 확산일로에 있던 민주통합당의 부정 경선 논란도 조사한 바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 내부의 상황도 ‘당권파’(문재인 후보측)의 온라인 선거 운영을 불신하여 경선 보이콧이 일어나는 등 통합진보당과 거의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캠프와 비문재인 캠프 간의 ‘모바일 부정선거’ 논란은, 민주당이 김인성 교수 등에 신속히 ‘진상 조사’를 의뢰함으로써, 근거없는 ‘의혹’이 당 전체의 위기로 비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두 사례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에선 공정한 진상조사팀 구성을 통해 ‘운영진 측, 즉 당권파에 의한 조직적인 조작은 힘들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상황이 해소됐다. 반면 통합진보당에선, 부정을 저지른 자들이 진상조사를 악용해 (당선권에서 밀린)상황을 뒤집어 보려했던 시도가 개입돼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만일 통합진보당의 1차 진상조사위가 공정하게 구성됐더라면 민주당처럼 조기에 의혹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고, 오히려 문제제기를 했던 자들의 죄상이 드러났을 것이다”
가해자에 의해 ‘체육관 선거 정당’으로 내몰리고, 가해자의 죄까지 대신 뒤집어 쓴 통합진보당에, 여러모로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김인성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디지털 포렌식’이라는 게 비전문가들에겐 꽤나 어려운 개념이다. 드라마 '유령'에 나오는 사이버 수사대와 같은 일인가?
맞다. 요즘 범죄들은 거의 IT 사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냥 강도 사건이라고 해도 범죄가 발생한 시간대에 그 지역에서 핸드폰 통화 이력을 추적하거나 기지국의 휴대폰 접속 기록으로 범죄자를 잡아낼 수 있다. 더구나 하이패스, 교통카드, 신용카드, CCTV 등을 조합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뭘 했는지 다 알 수 있다. 이런 기술이 사건 수사에 원용되면서 디지털 포렌식이 중요한 작업이 되는 것이다.
ⓒ이승빈 기자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
-통합진보당 경선에 대한 조사를 끝낸 결론은 뭐였나?
말 그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뺑소니 사건’이란 거였다. 로그는 블랙박스다. 천분의 1초 단위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되기 때문에, 범죄행위를 숨기거나 없앨 수 없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에도 IT 전문가가 있었는데, ‘로그 분석’을 굳이 안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무(참여계) 씨는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프로그래머 출신인 것으로 생각된다.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을 확인한다거나 프로그램 검증을 하는 사람이니까, 거기(소스 분석)까지는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만 ‘소스’는 틀에 불과하고 조작 등의 실제 증거 즉 붕어빵은 로그에 남게 된다. 틀을 본다고 붕어빵이 잘 구워졌는지 타버렸는지 알 수 없다. 1차 진상 조사는 진실을 확인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조사한 셈이다. 로그 분석을 안 하니까, 투표한 사람한테 물어보는 식으로 조사를 했다. 부정확하다. 기억이 틀릴 수 있고, 정확하게 조사를 했는지 전혀 검증할 수 없는 방법 아닌가.
-어떻게 통합진보당 경선에 대한 조사를 맡게 됐나?
성공회대 교수인 김동한 위원장(2차 진상조사위의 ‘김인성 보고서’ 폐기에 항의하며 진상조사위원장직에서 사퇴)이 IT 전문가를 찾다가 저를 알게 된 거다. 제가 환경재단 최열 대표 사건에서 '포렌식'을 했다는 것도 기사에 뜨고 하니까 ‘통합진보당 경선 사태의 ‘팩트’가 뭔지 확인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를 선정한거다. 그런데 2차 진상조사위원회도 편향된 분들이 있어서 위원장이 추천한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비토를 당했다.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은 위원회 참여와 상관없이 진상 조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고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외부 용역으로 하게 되었다.
-지금의 ‘탈당파’가 주도했던 당시의 진상조사위에선 김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를 폐기해버렸다. 또 기술보고서 폐기를 주도했던 온라인 분과 간사는, 본인이 선거부정 혐의로 구속됐다. 조사 당시엔 별 느낌이 없었나?
작업과정에서 ‘조사’를 안하길 바라는 움직임이 많았다. 온라인 분과위원장으로 새로 오신분도 이렇게 말했다. ‘회의 한 두번 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앉아만 있다가 가도 된다고 해서 왔다’. 그래서 이 분이 온라인 분과 위원장임에도, 실무를 아는 다른 사람이 위원장 대리로 일을 했다. 이 위원장 대리도 회사일 때문에 바빠서 전혀 작업을 못 했다. 그리고 그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온라인 분과 간사(구속된 참여계 이 모 국장)가 대리투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가 조사 과정에서 태클을 많이 걸었다. 보고서 제출하기 전날, 제가 ‘우리가 조사한 내용이 이런 거다. 오옥만 후보와 고영삼 씨가 불법 콜센터를 만들고 이런 일을 했다’고 브리핑을 했다. 그 때 간사가 당황한 나머지 ‘뭐 그런 것은 별 거 아니다, 이석기 쪽이 훨씬 문제다’ 이런 얘기를 노골적으로 하더라. 그리고 돌아가서 우리가 제출할 보고서를 폐기해야 된다는 논의를 한 것 같다. 조사 작업을 하라고 ‘스마일서브’란 업체에서 ‘데이터센터’ 내에 사무실을 대여해 줬었는데, 그날 저녁부터 ‘데이터센터에 있지 말라. 더 이상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접근하지 말라’고 막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소를 옮겨서 조사를 했다. 기술분석보고서는 아주 완곡하게 쓰고 나중에 자세히 소명해주겠다고 생각한 것도, 조사 결과를 폐기해 버릴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나서 어떻게 됐나? 참여당계에서 김 교수는 ‘당권파와 친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등의 인터뷰가 나왔던 것 같은데?
보고서 폐기를 위해 뭔가가 진행된 것 같다. 온라인 분과 위원장 대리가 완성된 보고서를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분과위원들에게도 보내라고 했다. 원래는 보안상 위원장에게만 보고한다. 여러군데 보내면 어느 쪽이든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보고서가 유출 되도록 만든 후 이를 핑계로 폐기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다. 그 때까지 아무런 조사를 하고 있지 않던 온라인 분과는 우리가 보고서를 제출하고서야 우리가 만든 증거자료들을 부분적으로 뽑아서, 온라인 분과에서 자체조사를 한 것처럼 내용을 자의적으로 구성해서 보고서를 다시 만들었다.
그 다음엔 ‘김인성이 보고서를 유출한 것 같다’는 얘기를 언론에 하더라. ‘새로운 선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길래 해당 업체 제품 설명서를 보고 문제를 얘기해줬더니 ‘김인성이 새 선거시스템을 들여다봤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메시지를 없앨 수 없으니 메신저를 제거하려고 했달까. 보고서 폐기 후에는, 유시민 대표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서 지엽적인 부분을 과장하며 ‘보고서가 왜곡됐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이승빈 기자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
-구속된 온라인분과 간사는 본인이 직접 선거부정을 했으니, 초조했을 수도 있겠다.
그랬을 것이다. 자기가 직접 부정을 저질렀으니 팩트가 안 나오게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오옥만, 고영삼 씨가 구속이 됐는데, 유시민 전 대표는 ‘이미 조준호 보고서에 있던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한창일 때, 소위 ‘당권파’ 쪽에서 나에게 조사 결과를 자세히 소명해 달라고 공개석상에 초청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당내 경선 중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요청은 거절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한 쪽에만 가서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능하면 전 선거캠프가 동의해서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꼼수’ 김어준 총수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통합진보당 얘기를 물어보더라. 내가 ‘팩트와 범죄의 증거가 있다’, ‘우리 모두 한 명의 범죄자에게 속고 있다’고 하니까 김 총수가 나에게 ‘유시민 씨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더라. 유시민씨는 이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만나겠다고 했다. 그래서 팩트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주겠다고 했는데, 유시민 대표가 거부했다. 나꼼수팀의 IT기술 쪽 일을 도와주는 김 모씨가 김어준 총수와 함께 유시민씨와의 만남을 주선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 대표가 ‘자기 말만 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6월 말에 이미 참여계 쪽에선 더 이상 팩트조차 중요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 다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더라도 다른 목적이 있어 팩트는 알고 싶지 않았던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온라인 투표라는 것 자체가 집이나 사무실처럼 어떤 공간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비밀 투표가 안 된다던가 개별적인 대리 투표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맞나?
온라인 투표가 그렇다. 이게 원래 현장투표 보다 시스템적으로 좋아서 도입된 게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생산라인 쪽에서도 투표를 많이 하고 그러더라. 컴퓨터에 접근할 시간도 없고 투표할 시간도 없으니, 라면박스로 투표함 만들어서 일하는 도중에 투표하고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 투표도 궁여지책으로 만든 시스템이다. 국가나 선관위에서 도와주지도 않고, 당에서 선거관리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그래도 다른 당은 공천헌금도 받고 수뇌부가 알아서 의원직을 나눠주기도 하는데, 통합진보당은 당원이 직접 투표해서 후보자를 뽑는다. 사실 알고보면 통합진보당이 가장 민주적으로 당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온라인 투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투표라는 게 집에서도 하는데, 부부가 투표를 하면 각자 따로 했는지 남편이 보는 가운데 한 건지, 아니면 부인이 두 표를 행사한 건지, 남편이 위임을 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건 검찰 조사로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아무리 노력해도 원천적으로 알아낼 수 없는 걸 가지고, ‘총체적 부실, 부정’이라고 비난했던 거다. 정말 야비하고 정략적인 공격이다. 그런데 정작 검찰수사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 선거라고 비난을 했던 사람들이다. 참여계 사람들이 ‘대포폰’ 동원하고, ‘콜센타’ 만들어서 대리투표 하고 그랬다. 그동안 비난받았던 소위 당권파들은 정직하게 투표한 거다. 4만 명을 6개월 조사해서 십여명 구속했는데 대부분 참여계다. 당권파란 사람 중에 기소된 몇 명은 할아버지 투표를 도왔다거나, 어머니 대신 투표해줬다거나 이런 거란 말이다. 그런데 비난을 했던 당사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불법콜센터 만들어서 조직적 부정을 했던 당사자가 진상조사위원회에 들어갔다. 진상조사위는 온라인 분과와 현장 분과, 선거관리 분과가 엄격하게 나눠져야 하는데, 현장분과 소속의 고영삼이 온라인 분과에 와서 문제제기 해서 조사 방향을 왜곡했다. 그렇게 치밀하게 자기들의 부정은 은폐하고 상대 편의 잘못인 것처럼 부각시킨 거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에서 당원들의 투표값을 전부 열어봤다. 실제 범죄수사를 직업으로 해 온 입장에서 이런 행위(투표값 개봉)를 어떻게 보시나?
ⓒ이승빈 기자
지난 9월 23일 국회의원 신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5차 중앙위원회에서 김인성 교수가 비례대표 경선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로그 조사는 안 한 사람들이, 투표 결과를 다 열어봤다.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들여다본 건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건 불법이다. 조준호 진상조사위는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고 얘기했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 실제로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받았는지 아직까지 확인이 안 된다. 그 명부가 들어있는 CD를 들여다보게 되면 누가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당원들의 성향이 다 나오는 거다. 그걸 보고 지역에 전화를 걸어서 ‘왜 니네 당원 누구가 니네 후보 안 찍었냐?’ 이런 얘기도 했다고 한다. 박무는 개인적으로 이 CD를 들고 다녔다. CD는 쉽게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유용됐는지 알 수가 없다. 불법이 자행되고, 불법의 당사자가 의혹을 제기하고, 그 사람이 진상조사위원으로 들어가서 조사결과를 왜곡하고, 조사과정에서도 불법을 자행하고 명부를 유출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패전국에 들어온 점령군 같은 딱 그런 일을 한 거다. 2차 진상조사위에서도 간사가 불법 당사자니깐 자신의 범죄 행위를 은폐하고 조사를 왜곡시키려 하고 기술분석 보고서를 폐기시켜 버리는 일련의, 그런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 거다.
투표 결과값은 검찰이 가져가는 것 조차도 위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 안에서 열어본다는 것은, 누가 누구한테 찍었는지를, 이건 확인하면 안 되는 거잖나. 투표라는 게 원래 비밀투표니까 원래 투표값을 못 열어보게 해놓은 거다. (당내)선관위가 알고 있는 비밀번호, 그리고 업체가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조합해서, 그것도 일괄로 풀어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유권자 1번이 A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아니면 B후보에게 투표했는지 하나하나 비교하는 방식으로, 한 명씩 한 명씩 (비밀번호 조합을)검토해서 푸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하면 안 되기 때문에, 유출되더라도 누가 했는지 알 수 없도록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걸 모두 풀어서 유출해 버린 거다. 특히 정당은 사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인데, 같은 소속 당원들에게 ‘저 사람이 우리가 미는 후보 안 찍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굉장히 문제가 되잖나? 그 다음부터 투표 행사할 때 자기 생각대로 투표를 할 수 있겠나?
-참여계가 왜 극단적인 의혹제기들을 했을까?
나는 이 사건을 건축업자들이 국회의원을 만들려다가, 이권 챙기려다가 실패한 사건이라고 본다. 이제와서 ‘전반적으로 불법이 있었고, 오옥만 후보도 그런 일(조직적 대리투표)이 있었지만 나머지도 다 똑같이 부정을 했으니 그게 그거다’ 이런 논리를 펴는데, 아니다. 나머지 의혹들은 전혀 근거가 없다. 당사자(고영삼)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럴듯한 얘기들을 막 했잖나. 나는 고영삼이 자기가 한 불법 사례를 얘기한 거라고 생각한다. 발언록을 쭉 들여다보면 거의 자기가 한 거다. 거의 그런 식으로, 구체적이면서 그럴듯한 얘기들을 하니깐, 참여계 사람들도 처음엔 속았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정치공세가 되버렸다. 그런데 처음에 속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고영삼, 그리고 오옥만이 나머지 사람들을 철저하게 속인 거라고 본다.
지금 소위 참여계, 오옥만과 고영삼을 감싸준 참여계 인사들이 대선 국면에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분들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정권교체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나는 문재인 캠프에 오옥만이 참여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경고까지 날렸던 사람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됐잖나. 그래서 통합진보당 사태의 진실이 뭔지, 통합진보당 얘기에 이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지금 참여계 인사들이 야권에 역할을 하게 만들면 큰일난다’라는 이 메시지가 전해지기를 바란다. 정권교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분명히 말하지만 이 문제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화약고를 방치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그런 사람들(참여계)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정권교체도 불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의 국민경선 모바일 투표도 검증하지 않았나?
거기도 비슷했다. 여러 계파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바람에 의심이 일었다. 투표 접수, 그러니까 투표하겠다고 한 사람들을 공평하게 전부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접수받는 측에서 특정 후보 지지성향자들은 고의로 등록을 누락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도 있었다. 또 투표할 때 내가 찍은 1번이 실제 1번한테 갔는지를 의심 해서 ‘투표 결과를 검증하자’ 이렇게 됐다. 가보니까 통합진보당과 거의 같은 문제였다. 운영 과정 상에서 조금 부실한 면이 있을 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은 문제가 없었다. 반면 각 캠프에선 ‘이 시스템 전체가 특정 계파에 의해 조작된 거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실제 이런 건 있었다. 유권자에게 투표할 기회를 5번 주기로 했는데 전화를 안 받거나 통신 불능 지역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못 받는 경우까지 계산하는 바람에 5번의 기회를 다 못 채운 사례 같은 것이다. 이런 부실은 있었다. 그러나 의도적 조작, 부정은 찾기 어려웠다. 공식적으로 선거 시스템을 운영하는 당 차원에서의 부정은 안 나왔다. 이런 의혹제기나 불신은 온라인, 모바일 투표에 근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디나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선거가 불완전한 선거방법이라 부실은 존재할 수 있지만, 고의로 이뤄진 부정은 찾기 어려웠다는 거다.
-당시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민주당도 통합진보당과 사태 전개가 아주 유사했다. 왜 민주통합당은 조기에 수습이 됐고 반면 진보당은 존립 문제에까지 이르게 된 걸까.
ⓒ이승빈 기자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
민주당은 각 캠프에서 선거 운영상에 부정의 소지가 있지 않냐는 불만들이 표출된 후엔 모든 캠프가 참여하는 공정한 진상조사팀을 꾸려 조사를 했고 이를 통해 ‘운영진 측, 즉 당권파에 의한 조직적인 조작이 힘들다’라는게 확인되면서, 상황이 해소됐다. 반면 통합진보당에선, 부정을 저지른 자들이 진상조사를 악용해 상황을 뒤집어 보려했던 시도가 개입돼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오옥만 후보가 온라인 투표에서 부정한 몰표를 받았음에도 현장투표소에서 지는 바람에 후보가 못 되지 않았나. 자신들의 목적이 달성이 안됐잖나. 그런 상황에서 의도를 가지고, 부정의 당사자가 의혹제기를 하고, 부정의 당사자가 조사를 하고, 이렇게 왜곡이 된 거다. 만일 1차 진상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의 모든 계파들이 공정하게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정상적인 조사를 했더라면, 이미 1차 진상조사에서 근거없는 의혹은 해소되고 오히려 문제제기를 했던 자들의 죄상이 드러났을 것이다. 민주당과 같이 정상적인 경로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부정을 저지른 쪽이 100%의 조사 권한을 확보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이 없었던 거다. 완전한 범죄행위를 감추고 상대편을 무너뜨리려고 했던 게 관철된 거다.
-소위 ‘당권파’ 얘기로 가보자. 워낙 언론에서 ‘전근대적’이니,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안가리는 사람들’이니 낙인을 많이 찍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실제 그렇던가?
통합진보당에서 한발만 나가면,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런데도 사서 고생하는 통합진보당 사람들, 노동자, 농민을 위해서 세상 바꿔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다. 문제는, 소위 ‘정치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고 있는 권모술수하고 이런 것과 (통합진보당이)좀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같다. 쉽게 말해서 난 그냥 ‘미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순수하고, 그런 뭐 ‘불법’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훨씬 더 스스로 자기 검열이라 해야 하나, ‘스스로 규칙을 지키려는 것에 굉장히 고집스러운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도 저 쪽에서 던지는 마타도어에 하나하나 반응한다. 대선이 중요하지 통진당 사태는 이제 관심 밖이라고 하는데도, 미련하게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그런 것 같다. 진보 쪽 분들이 장준하 의문사에 대해서 30년 가까이 됐는데도 계속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잖나. 그런데 그걸 이용해먹고 끝낸 사람들은 귀찮아 한단 말이다. ‘이제와서 그런 얘기를 왜 하냐’, ‘뭔 과거 얘기를 귀찮게 왜 또 끄집어 내냐’ 그러는거지. 진보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돼서든지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더라.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의 진실은, 30년까지는 안 가더라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진보 쪽 분들이 아마 계속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이런 진실을 외면했던 진보인사들은 결국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더 보태고 싶은 얘기가 있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는 온라인 선거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였다. 당권파들에 의한 조직적 부정, 소스 수정을 통한 조작은 없었음이 로그에 의해 밝혀졌다. 참여계 사람들이 숨어서 저지른 불법 행위 뿐이었다. 그 동안 의혹으로 제기됐던 ‘마른 풀 다시 살아난 기적’(뭉텅이 투표), 유령 유권자, 허위 주민등록번호 등은 모두 사실 무근임이 근거에 의해 밝혀졌다. 동일 IP 몰표 현상은 공유기를 사용한 공장이나 사무실에 있는 모든 컴퓨터가 같은 IP로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불신의 근거는, 모두 부정 행위자가 만들어낸 거짓말일 뿐이다. 이미 진보 인사들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이 진실을 알게 될 거니까 그동안 상처 받았던 통합진보당 분들은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통합진보당에서 온라인 투표가, 불완전하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고안된 방법이긴 해도, 이 자체가 온라인 민주주의의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성과 신뢰성이 있는 온라인 선거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통합진보당이 전세계 온라인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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