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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잃은 진보정당 활동가에 보내는 ‘위로의 편지’ (경향신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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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잃은 진보정당 활동가에 보내는 ‘위로의 편지’ 잔잔한 감동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우린 모두 우울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울화병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우선은 그걸 인정하자. 나부터….”

진보정당인들의 고통을 솔직하게 고백한 한 노동당원의 글이 당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 8일 싱글맘인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따라 좌절감이 깊어진 진보정당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이 글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확산되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혜영 노동당 경기도당 사무처장(51)은 15일 ‘울화병 쌓이는 가난한 진보정당의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란 제목의 글을 당원 게시판에 올렸다. 최 사무처장은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빈곤은 지속적이며 끈질기고 집요하게 덮쳐온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아무리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소신이 강하더라도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빈곤한 사람을 무능하게 보는 사회적 시선도 폭력인데, 생활고까지 겹치면 점점 더 우울증으로 빠져든다”고 했다.

진보정당 지지율 하락으로 암담해진 미래도 절망스럽다고 썼다.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한때 15%에 육박했지만, 현재 노동당의 지지율은 1~2%에 불과하다. 최 사무처장은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이석기 정당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대중과 만나면 만날수록 위축되고 고립되면서 점점 우리끼리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고 토로했다.

내부 갈등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극심한 정파갈등으로 상처받고 피폐해진 경험들이 많은 진보정당 활동가들에게 차곡히 쌓여 있다”며 “심리불안감과 조바심까지 겹쳐 오랫동안 함께해온 동지들 상호간에 상처 주는 것도 다반사”라고 했다. 그 결과 활동가들은 “수십년 동안 돈도 못 벌고 열심히 살아온 것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운동판이 다 무너진 거지?”라는 자괴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는 “활동가에게 무한한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는 문화를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적었다.

이렇게 글을 맺었다. “욕심 부리지 말기, 가끔씩 놀러 가기, 햇빛 보며 살기, 가끔씩 맛있는 것 먹기, 사랑하는 사람 만들기, 수다 떨기….”

대학원생 박준석씨(29)는 “활동가들의 마음을 보살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백 번 공감한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을 링크했다. 직장인 최정화씨(27)는 “진보 쪽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적 기반을 가벼이 여기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해선 정치발전소 사무국장은 “활동가들이 돈 이야기 하는 것을 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1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직자들이 꼭 심리검사라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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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이대열님의 댓글

  • 이대열
  • 작성일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네요.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더욱 활동가들한테 부담과 고충이 클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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