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대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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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황석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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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요구할때는 그렇게 조용히 말하는거 아니야.”
여성대회 후 뒷풀이 때 식당 아줌마가 한 말이다.
참가자들이 모두 빵 터져서 웃었다.
소심한 a형이 그래서 문제라는 얘기들이 들리고,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웃음거리 됐다.
내가 세상에 있으면서 플러스가 되고 이 플러스들이 모이면서 곱셈이 되는 이 과정을, 솔직히 경험한 적이 없다.
90년대 학생운동은 80년대의 자산을 인계 받고 한해 한해 착실히 말아먹던 과정였다.
학생시절 영화 ‘개 같은 날의 오후’를 보면서 가슴 벅차 울었던 기억이 난다.
시작은 평범하게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일탈하는 여성들의 에피소드 코미디로 시작했던 영화가 어느덧 대규모 집회가 되고 뉴스를 보고 나온 여성들의 합류로 사회문제가 돼 버리는 이 괴현상.
93년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으며 여성이 겪는 낯선 부조리에 분노의 공감대가 느껴졌듯이 왠지 모를 분노가 솟구쳤다.
그렇게 90년대 여성운동, 아니 운동전반의 특징은 공감대 보다는 조용히 안으로 솟구치는 무언가였다.
지극히 풍요로운 소비시대에서의 배부른 투정 이상이 아니었다.
(내가 겪은 90년대를 패배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의도로 쓰는 글이 아니었는데…^^. 수습하자.)
올해 3.8 여성대회의 구호 ‘그래도 여성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송전탑에 올라가고, 망루에 올라가고,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문제해결은 커녕 대화창구도 만들어 지지 않는 현실.
여성노동자들의 처지와 요구에 대해 얘길 하면 하소연이 하나 더 보태지는, 투정 하나 더 부리는 느낌이 드는 건 지나친 패배의식일까.
1992년 대통령 선거 때 DJ 후보와 전국연합은 정책협약을 맺는다.
선거 패배 후 DJ 진영에서 가장 큰 패인으로 꼽은 그 협약.
대학 신입생 때 봤던 그 책에서 난 희열을 느꼈다.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
노동자에겐 정당한 분배, 농민들에겐 정당한 분배, 학생들에겐 자주학원을 민주세상 만들어가세 무능부패 폭력정권 노정권(노태우임)을 심판대로….
노래패 ‘조국과 청춘’ 의 ‘노태우정권 타도가’ 의 가사다.
예전엔 뭔가 한국사회의 정리된 개혁, 혁신과제가 있고 모든 진보 진영이 이를 이루기 위해 정치적인 운동을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거 같다.
지금은?
‘멘붕’ 의 의미는
민주당으로 새누리당을 이겨 중도 정부를 세우고,
진보정당을 통해 두 발로 현실에 우뚝선다는 두 가지 계획이 다 무너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앞으론 어떻게 해야지?
적어도 조직을 하는 데에 수동적인 소비자로서 머물며, 머뭇머뭇 눈치보고 아무것도 못했던…
이런 내 자신부터 개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줌마 계란말이 서비스 확실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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