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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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쌍용자동차 투쟁과 산별노조…‘함께 살자’는 현장운동으로
 
 
산별노조의 위기

쌍용자동차 투쟁이 ‘패배’로 끝났다. 가히, 지난 역사 중 지리산 빨치산 토벌작전을 다시 보여 주려는 듯 저들의 폭력은 상상을 넘었다. 그건 전쟁이었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밀려났다. 마지막 날 구사대와 전투경찰에 의해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법원사거리까지 수 Km를 밀려난 그 이상을 우리는 저들에게 밀리고 있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분에 찬 일부에서 빨리 다시 무장하고, 전진하자고 말하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투쟁은 현재 민주노조 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 시사점을 돌아보고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이 어렵다. 길이 보이지도 않는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산별노조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싸움의 주체인 금속노조만 문제가 아니다.

마침 이 시기에 공공노조 역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운동을 위해 만들어 낸 산별노조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전략적 선택으로 우리는 산별노조를 주장하고, 만들어 왔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없는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산별노조의 실체에 대한 진지한 반론들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린도 후서 5장 17절)라고 말하고 싶으나 여전히 이전 것(기업별노조)이 새것(산별노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산별노조의 현실

이번 투쟁에서 가장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금속노조였다. 위력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산별노조다운 실천이 없었다. 투쟁 이후 금속노조가 겪을 내홍에 대해 진작부터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투쟁만이 아니다. 조직적으로는 이미 지난 2007년 10월부터 ‘기업지부해소 대책위원회’를 꾸려 논의해 왔는데도 여전히 이견이 팽팽한 상태에 처해 있기도 하다.

공공노조는 임원선거를 예정대로 못하고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시기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이후 대안에 대해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결과다. 개별로 있을 때보다 더 큰 힘을 기대했던 정규직 노조들은 공공노조가 그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새로 조직되어 투쟁 속에 들어 온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공공노조가 여전히 대공장 정규직 중심이라는 의문을 품는다. 새로 만들어야 할 ‘가치’는 공유되지 않고 거리감이 더 커지기도 한다. 서울도시가스처럼 공공노조를 이탈할 노조가 더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있다.

운수노조는 화물연대 파업 후유증이 크다.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경찰이 쫓고 있다.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은 이미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중요한 인물들은 죄다 수배 중이다. 산별노조로서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업종본부별로 사업이 진행되는 한계를 넘어설 길이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주요한 산별노조 모두가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모든 과도기가 그렇듯이 ‘새 것’이 안정화될 때까지 이런 혼돈과 불안정은 반복될 것이다. 문제는 과도기를 단축시킬 길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풍부한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와 전혀 다른 산별노조의 상황도 있다. 직업별 노조라고 해야 할 언론노조와 전교조의 투쟁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 법 반대를 위해 두 번에 걸친 총파업의 깃발을 치켜들었고 위원장이 구속될 지경에 처해 있다.

전교조 역시 오랜만에 사회문제에 대한 시국선언을 조직적으로 시작하고 위원장은 파면을 앞두고 있다. ‘교육’과 ‘언론’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사회문제에 대해 양 노조는 사활을 건 투쟁을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전교조야 원래 출발부터 학교 단위가 아니라 전국 단위로 조직해 옴으로 인해 산별노조로서 안착되어 있음을 인정하자. 그러나 언론노조의 경우 개별 기업별노조를 산별노조로 전환시켜 온 역사를 볼 때, 더욱이 최대 사업장인 KBS가 탈퇴한 상태에서 투쟁을 조직해 온 측면을 볼 때 대단하다. 물론 단순 비교로 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다른 점인지, 시사점은 없는지 등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

산별노조의 방향 정립을 위한 과제

무엇보다 먼저 ‘가치’에 대한 공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산별만능주의와 실리주의를 넘어서서 노동운동이 ‘운동’으로서 가져야 할 가치에 대한 현장 대중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도력이 형성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대공장은 대공장 나름의 고민이 있고,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당면 과제가 있다. 문제는 서로가 처해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가치의 공유 폭을 확장하려는 진지한 자세다. 기업지부 해산, 지역산별, 의무금 등등 곳곳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인정하자.

당연한 일이다. 왜? 세계에서 유례없는 길을 만들고 있으니까. 세 번째는 현재와 같은 조직구성으로는 중앙교섭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이런 과도기를 넘기 위한 세부적인 방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민중과 노동자와 공유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투쟁할 수 있는 조합원의 인식제고를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해야 한다. 더 이상 구호로 투쟁이 조직되지 않는다. 집요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조합원과 소통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산별체계 안에서 만들어야 한다.

한발이라도 나가기 위해

점점 다가오고 있는 복수노조 인정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상황은 위의 조건만으로 해결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위와 같은 조건을 확보하면 이후를 도모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혼자 살 수 밖에 없다는 공포를 함께 살자는 원칙으로 깰 현장운동이 필요”(월간 <노동세상> 8월호)한 것은 그런 노력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언론노조와 쌍용자동차 투쟁이 주는 교훈이다. 지난 1990년 128일 동안의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 이후에 있었던 표현을 현시점에서 다시 가슴에 새기자. “쌍용자동차 동지들의 77일 동안의 정리해고 저지 투쟁은 패배했다. 위대한 쌍용자동차 투쟁 만세!”

* 공공운수현장조직(준)에서 발간하는 <공공현장> 준비9호에 함께 실립니다.
                              이근원 / 공공운수연맹 대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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