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7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오마이뉴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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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보라속 5보 1배

현대하이스코 이행 합의 촉구... "확약서 체결하고도 뒤통수 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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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사정합의 확약서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강남 논현역네거리에서 하이스코 본사까지 2.4km 구간에서 5보1배 행진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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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5보 1배 행렬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valign=top눈 녹은 흙탕물에 몸 내던진 비정규 노동자 / 권우성 기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7일 서울 도심 한복판. 도로엔 녹아내린 눈으로 흙탕물이 흥건했다. 그러나 눈보라 속에서도 2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몸을 엎드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전국민중연대와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지회 소속 2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대로 2.4km를 따라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사정 확약서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5보1배' 평화대행진을 벌였다. 한총련 대학생들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대전충북 지회 소속원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서울지하철 7호선 논현역을 출발, 강남구 역삼동 현대하이스코 본사 앞까지 3시간여동안 5보1배 행진을 벌였다. "확약서 이행"이라는 구호에 맞춰 다섯 걸음을 걷고 한번 절했다. 경찰은 도로 위 차량을 통제했다.



"아빠 힘내세요"... 눈보라 속 5보1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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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머리에는 '단결·투쟁' 구호가 쓰인 빨간띠를 둘렀고, 손에는 찬 눈이 스며들지 않도록 목장갑과 함께 비닐장갑을 꼈다. 바지가 젖지 않도록 비닐로 된 파란색 우의도 입었다. 등에는 "확약서 즉각 완전이행하라"고 쓰인 피켓을 붙였다.



행렬 선두에는 "확약서 무효화하는 현대하이스코 규탄한다", "현대하이스코 확약서 이행 촉구 삼보일배 행진"이 쓰인 플래카드가 앞장 섰고, "비정규직을 일터로" 등의 구호가 적힌 만장 10여개가 대열을 이끌었다.



정지은(순천·26)씨는 18개월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 다니던 남편 김모(30)씨는 현재 4개월간 일을 중단한 상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나왔다"는 정씨의 얼굴엔 서글픔이 가득했다. 아이 옆에 놓인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포스터가 눈에 띈다.



200여명이 일제히 엎드리자 등에 붙인 "확약서 즉각 완전이행하라"는 피켓이 하늘을 향했다. 확성기에선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고 단지 법과 제도안에서 합법적인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몰린 자들이다", "현대하이스코는 확약서를 이행해야 한다" 등 서울 시민을 향한 호소가 이어졌다.



현대하이스코 본사에 다다를수록 눈앞을 가릴 정도로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노동자들의 장갑은 흙탕물로 까맣게 물들었고, 일부는 젖은 장갑을 걸레짜듯 비틀기도 했다.



김종안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비정규직도 이 땅의 인간임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타워크레인에 올랐고 오늘 또다시 투쟁의 깃발을 세웠다"며 "몸을 숙여 피눈물로 호소하니 회사 측이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현대하이스코네"하며 이들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이준기(회사원·27)씨는 "여자친구도 모 제약회사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정규직의 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있던 터라 (5보1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저들이나 여자친구나 올해 모두 정규직이 됐음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들은 애초 5보1배를 마친 뒤 현대하이스코 본사에서 사장과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참가자 일부는 비정규직법안 관련한 민주노총의 집회를가 열리는 여의도 국회 앞으로 이동했다.



3개월 지나도 이행되지 않는 확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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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족들이 '아빠 힘내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5보 1배 행렬을 따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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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축하게 젖은 도로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5보 1배가 진행중인 가운데 눈이 날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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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녹은 물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대하이스코 10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200여명(80여명은 복직)이 대량 해고된 바 있다. 이중 4개 업체는 폐업 처리됐다.



이에 해고노동자 50여명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순천공장 내 크레인 7대에 올라 원직복귀와 비정규직노조 인정을 촉구하는 점거농성을 벌였다. 25일엔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소속 5000여명과 공장으로 진입하려던 경찰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100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던 현대하이스코 사태는 그해 11월 3일 순천시장, 현대하이스코순천공장 대표, 노조 등 6자가 '확약서'를 체결함으로써 일단락됐다. 확약서엔 노조의 점거농성에 대한 유감표명, 재발방지 노력 등과 함께 ▲4조 3교대제 도입과 실직자 우선 취업 ▲노조활동 보장 ▲민·형사상 소송 최소화 등이 명시됐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 측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며 노동자를 상대로 72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신청하고 광주지방법원이 점거농성 주도자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확약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노조는 이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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