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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고용시장, 태풍 몰려오나?
‘재외동포 취업 간소화’ 외국인고용법개정안

중국과 옛 소련 동포들의 자유로운 고국 방문을 보장하고, 건설 및 서비스업종에 한해 재외동포들의 취업절차를 간소화 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외국인고용법개정안)이 본격적인 국회 심의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을 둘러싸고, “재외동포에 대한 보호제도가 미흡한 실정을 무시하고 이들의 고용을 대폭 확대할 경우, 내국인 노동자들의 고용조건마저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외국인고용법개정안이 초점 법안으로 다뤄졌다. 개정안의 핵심은 재외동포의 취업절차를 간소화 한다는 것(제12조 제1항 및 제7항). 그동안 건설 및 서비스업에 취업하기 희망하는 재외동포들은 방문동거 체류자격(F-1)을 받아 입국한 후, 직업안정기관에 구직신청을 하거나 취업허가인정서 발급을 신청해야 했다. 취업 후 근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E-9)으로 변경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근무처를 변경할 경우에도 별도의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을 겪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재외동포는 신설될 방문취업비자(H-2)로 입국·취업교육을 받은 뒤 자유롭게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 알선을 받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해 근무할 수 있다. 또,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근무처를 변경할 수도 있다.


<자료사진=매일노동뉴스>


개정안은 사용자의 재외동포 고용절차도 간소화했다(제12조 제2항 및 제6항). 이제까지 재외동포를 고용하려는 사용자는 동포 개인별로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했지만, 개정안에 통과되면 사용자는 고용할 인원 전체에 대한 고용가능확인서만 발급 받으면 3년간 허용 인원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내에서도 “동포들의 취업을 제한없이 확대할 경우, 송출브로커들의 비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노동계 역시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둘러싼 내국인과 동포 간 갈등이 불같이 번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법무부는 중국 200만명, 옛소련지역 55만명 등 255만명의 재외동포 중 50여만명이 방문취업비자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정부 개정안이 어떠한 모습으로 다듬어지느냐에 건설 및 서비스업종 관계자들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자리 잠식’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건설업종의 경우,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용시장의 판 자체가 뒤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외동포 50만명 입국 예상…건설업종 고용시장에 막대한 영향

건설산업연맹은 개정안에 대해 “외국인력 관련제도 개선 없이 재외동포 방문취업제가 도입될 경우, 건설현장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저임금군을 형성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는 잠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국인 건설노동자와 재외동포 사이 폭발적인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계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2005년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등록·미등록 이주노동자가 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발표된 건설산업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 수를 13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외동포가 전체 건설일용직(정부 130만명 추정)의 10% 안팎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그런가하면,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 외국인력의 90% 이상이 재외동포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맹은 “이미 수도권 지역의 주요 새벽시장은 재외동포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설업에 종사하는 재외동포들이 받는 평균 급여는 내국인 노동자의 80% 수준. 지난해의 경우 전산업 평균 인금인상률은 7%를 기록했지만, 건설업은 0.8% 하락했다.<표1,2 참조> 이같은 현상에 대해 건설산업연맹은 “재외동포들이 도급팀을 구성해 고용계약을 체결하며 덤핑단가를 형성한 것이, 건설노동자의 전반적인 임금하락을 주도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건설경기 상승에도 평균임금이 하락한 것은 2004년부터 도입된 재외동포 특례고용제도로 인한 외국인력 유입의 확대와 관계된다는 지적이다.

최명선 건설산업연맹 정책부장은 “건설현장의 경우 팀 단위 도급구조인데, 재외동포로 구성된 도급팀의 경우 환율 차이를 감안해 저임금을 감수한다는 점, 4대 보험 가입의무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 등의 이유로 가격경쟁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덤핑단가를 형성하고 있다”며 “도급단가의 덤핑은 건설일용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주로 건설현장의 팀장(이른바 ‘오야지’)을 통해 건설현장에 취업하는 재외동포들은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임금체불 등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명선 부장은 “최근 발생하는 주요 건설현장 중대재해의 경우 사망자의 60% 이상이 재외동포로 채워지고 있다”며 “정부 개정안은 폭발 직전인 내국인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재외동포 보호방안이 전무한 상황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내국인·재외동포 동시에 보호해야"

그렇다면, 재외동포들의 취업경로를 간소화한다는 정부 개정안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산업 현장의 갈등을 최소화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사용자 자격을 건설 면허 소지자로 제한 △내국인 구인노력 명시 △도입인원 산정에 노조 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은 특히 ‘사용자 자격 제한’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연맹은 “건설현장 외국인력 도입의 주체를 ‘면허가 있는 건설업자’로 한정, 재외동포들을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더불어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잠식을 막기 위한 제도가 동시에 작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팀장(오야지) 단위로 이뤄지는 건설현장의 고용 관행으로 인해, 현재는 대부분의 재외동포들이 4대보험의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4대 보험은 건설업 면허가 있는 사업자까지만 4대보험 가입주체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는 건설현장의 재외동포 도입인원 산정 시 공사금액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규모가 큰 공사의 경우 제조업에 비해 4~10배에 달하는 재외동포의 고용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연맹은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현행법에 명시된 ‘고용허용인원제도(쿼터제)’가 건설현장의 실정에 맞게 작동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미 도입된 혹은 앞으로 도입될 재외동포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동시에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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