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위기 문제해결과 대안제시 기자회견(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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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위기의 근본문제 해결과 대안제시를 위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기자회견문
최근 성원건설, 남양건설, 금광기업, 풍성주택 등 주택건설 중심의 중견건설업체들이 연이어 도산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가시화되기 전 이미 신일기업, 대산건설, 씨앤우방, 신성건설, 신창건설 등은 부도이후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중견업체의 도산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소문으로 흉흉하다. 이에 정부는 건설사 위기가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문제라고 판단, 할인분양을 전제로 미분양 해소를 위한 규제완화와 자금지원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수요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건설경기부양 정책과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나타난 현재의 문제에 대하여 정부의 처방이 땜질식이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의견이다.
사실 과거 부동산경기 침체기에 나타났던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문제에 대한 근본적 진단이 부족한 땜질식 처방은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을 야기 시켜 왔다. 중견건설사들의 방만한 운영과 회계부정, 독재적 경영에 대한 책임문제, 금융채권단의 기업평가 공정성 객관성 문제, PF리스크를 시공사가 모두 떠안는 건설업의 구조적인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접근 없이는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중견업체의 위기는 부동산 경기와 그 궤를 같이 하여왔다. 부동산 경기가 상승하면 주택중심의 중견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성장하고, 경기 침체기에 연쇄적으로 부도가 일어나는 현상은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건설업 종사자 모두가 매도되고, 그 고통은 건설사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어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전국 30개 건설사 기업 노동자들의 대표체인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은 이러한 문제가 반복됨으로 인해 건설업이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으로 고통이 전가되어 신음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건설산업의 구성원들이 이번 위기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야 이러한 사회적 불행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은 다음의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건설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1.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건전성 강화로 건설사 부실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부실규모의 확대를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부실경영, 회계부정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한 성원건설의 경영부실 원인은 가족중심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였다. 가족들이 기업의 주요임원을 모두 차지하고 무리한 회사운영으로 결국 법정관리 상황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회장은 해외로 도피했고,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 오너 일가가 회사 자산을 팔아치우는 범죄적인 행태마저 벌어졌다. 성원건설의 문제는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다. 3년 전부터 성원건설의 부실경영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외부로 공표되는 기업회계의 내용은 정상이었다. 부실이 내재화 되고 있는 상황이 들어나지 않으니 곪을 대로 곪은 상황에서야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건설업계에서 중견건설사들의 불투명한 회계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주산업 특성상 경영부실이 알려지면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기업 재정상태를 정상으로 포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오너 일가가 회사의 요직을 차지하는 제왕적 경영문화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성원건설 뿐만 아니라 신일기업, 씨앤우방, 신창건설, 대산건설 등 법정관리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건설업의 특성상 중견건설업체들이 회계조작을 통해 부실을 숨겨 그 피해가 더욱 확산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건설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기준을 위반할 경우 경영주에 대한 강력한 형사 처벌과 경영권 박탈 등의 강력한 제제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오너 일가 중심의 기업경영 문화를 일소하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는 법적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2. 금융채권단의 기업평가에 객관성과 상시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금융채권단이 실시한 신용위험 상시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성원건설은 불과 1년도 안되어 퇴출등급을 받았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남양건설의 경우도 A등급이었다. 건설업체 위기문제로 시작된 금융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는 각 은행이 이해관계자로서 책임회피성 평가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관리하는 금융감독원은 2009년 초 신용위험평가가 적절히 시행되는지 점검할 것이라 밝혔고 또한 신용평가를 양호하게 받은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다.
성원건설의 경우 지난해 초 B등급을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직원임금이 체불되는 등 부실징후가 나타났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음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야 퇴출판정이 이루어졌다. 이 결과로 보아 금융채권단의 기업평가가 올바로 진행되었는지 의구심을 갖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채권단과 금융감독원은 기업신용위험 평가가 기업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여 평가할 수 있도록 관리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하며, 부실징후에 대한 사전, 사후 대처를 통해 위기의 심화를 방지해야 한다.
3. PF대출의 리스크에 대하여 공정하게 책임을 분담하는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의 문제를 안고 있는 중견건설업의 일반적인 주택 생산구조는 영세한 개발업자, 일명 시행사가 적은 자본으로 시공사의 보증과 금융권의 대출에만 의지해 주택을 짓다가 개발업자가 도산하면 시공사가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지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업구조가 이렇다 보니 객관적인 영업타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우후죽순으로 주택사업이 진행되고, 금융권 역시 시공사 신용등급만을 보고 PF대출을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미분양이 속출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너도 나도 주택을 짓고, 경기가 침체되면 시행사 부실, 시공사 부실,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지속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업자의 초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PF는 시행사와 시공사 그리고 금융권 모두가 그 사업성을 보고 평가하는 “투자”라고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는 건설에 따른 기성금을 받는 단순 업체로, 투자수익은 대부분 시행사 그리고 금융권이 갖도록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업구조라 할 수 있다. 또한 독립적 사업구조를 가진다면 자본금과 차입금이 구분되어야 하며, 사업의 건전성을 위하여 차입금비율을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시행사는 5천만원의 자본금과 수십억의 차입금으로 토지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시공사의 지급보증으로 토지 잔금과 건설비용을 충당한다. 결국 대부분의 PF사업이 100% 차입과 시공사의 지급보증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국가 민자(民資)사업을 진행한다면 이렇게 부실한 재무구조의 사업주체에게 사업 실행권을 주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부실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일반 불특정 국민을 상대로 하는 분양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아무리 우량한 업체라고 해도 자기자본의 수 십 배를 넘는 PF 지급보증이 보증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인가? 금융기관은 종이쪽지로 변할 지급보증 하나만 믿고 사업성 자체는 도외시한 채 부실이 불 보듯 뻔한 사업에 수 조원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PF 사업을 위해서는
첫째, 독립성이 강제된 특수목적법인이 의무화 되어야 한다. 시행사, 시공사와 별개의 사업주체로 공공성 있는 자금관리 주체가 설립되어 부실을 예방하여야 한다.
둘째, 사업주체의 차입금 비율을 규제하여야 한다. 적어도 사업의 사업성을 믿고 자본금 성격으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있는 경우만 사업이 진행되도록 규제하여야 한다.
셋째, 건설사별 금융기관의 지급보증 한도를 통합하여 한도소진율에 따라 관리강도를 높여야 한다. 지급보증 기준이 초과되면 금융기관 독자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도록 강제하여 사전예방조치를 시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업의 시스템화가 건설업 전체의 뇌관이 되고 있는 PF사업의 난립과 불공정 경쟁, 그리고 사회적 낭비를 막는 방법이 될 것이다.
4. 기업회생절차가 채권회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업회생절차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기업회생절차 과정에 있는 많은 중견건설업체들은 기업회생의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사 직전에 처해있다. 말이 기업회생이지 기업회생의 과정은 철저히 채권단의 채권회수를 위해 작동하는 제도인 것이다. 기업회생을 위해 직원들이 일방적 희생을 감수하고, 어렵게 영업활동을 해서 수주를 하여도 신용보증이 이루어 지지 않아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물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정은 그 구성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이 기업을 회생시키고자하는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기회마저 접근조차 될 수 없는 현실은 기업회생을 통해 사회에 끼친 잘못을 갚아나가는 최소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회생과정 중에 있는 기업에 대하여 그 회생의지와 노력에 비례한 국가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GM의 채권단이 충분한 출자전환을 통하여 기업가치 상승을 통한 채권금액의 회수를 기대하듯이 기업회생을 위한 채권단의 투자도 독려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기업 부실에는 부도덕한 경영, 방만한 경영, 그리고 사업적 실패도 존재하고 있으나, 건설산업의 경우 사업성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차입금을 지원한 금융기관의 책임 역시 작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기업부실의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처벌은 그에 상응하여 책임의 무게만큼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기업을 통하여 이익을 추구하고 그 이익을 나눈 주체라고 한다면 기업회생에 함께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단순히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에서 기업회생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하며, 정부와 국가 역시 회생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일자리 만들기의 시작인 것이다.
5. 실수요자의 입주예정 아파트에 대한 대출 지원을 현실화 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4월 23일 주택거래 위축으로 신규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구입자금을 융자하고, 주택금융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보증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대출규제 완화는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규주택에 입주를 못하는 자(입주지정일 경과)의 기존주택(6억원 및 85㎡ 이하, 투기지역 제외)을 구입하는 자(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우선 5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국민주택기금 중 1조원 범위 내에서 주택구입자금을 가구당 최대 2억원까지 융자 지원(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경우 한정, 연 5.2%)하기로 했다. 또 주택금융 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한도를 초과해 대출(비강남권 LTV 50% 한도 이내)이 가능하도록 보증을 지원키로 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및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한 추가 대출로 인해 대출에 막혀 집을 사거나 팔수 없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숨통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맞벌이부부의 경우 연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또한 1가구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경우에 대해 기존주택을 6억원 이하 85㎡ 이하로 제한한 것, 대출한도를 제안한 것은 실수요마저 위축시키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건설기업노련은 현재의 규제를 무조건 풀어 부동산 투기를 부축이고자 하는 의견은 명확히 반대한다. 그러나 실수요자인 1가구 1주택자가 기존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입주예정인 아파트에 이사를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부작용이 만들어 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 하다. 정부는 투기수요가 아닌 입주예정 아파트에 대한 대출지원을 현실화하여 입주예정에 있는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지원해야 한다.
건설기업노련은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부당국에 전달하면서,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건설산업이 이번 위기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우리 건설노동자들은 국민의 삶에 필요한 기반시설, 산업시설, 주택 등 세상의 모든 구조물과 건축물을 묵묵히 건설해 왔다. 그러나 정부당국과 기업주들은 투기세력이 판치고, 일부 세력의 이윤만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허약함을 여지없이 들어내는 상황을 만들어왔다.
건설기업노련은 건설사 노동조합의 연합체로서 건설기업 내부의 문제, 건설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앞으로 기업이 올바로 생존해 나가는 문제를 고민하고 사회에 제안해 나가려 한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이 가지는 공공성을 높여, 안전하고 좋은 건축물, 구조물을 올바로 만들어 국민에게 사랑받는 건설산업이 되도록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 정부당국과 건설기업 경영진은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건설산업을 만들기 위한 건설기업노련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에 적극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
2010. 5.19.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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